
‘기름에 튀긴 음식,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재봉틀 기름, 기름진 음식’ 등에는 모두 ‘기름’이 쓰였지만 서로 같고도 다르다. 이 중에서 앞의 셋은 물보다 가볍고 불이 잘 붙는 성질이 있는 액체란 공통점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식에 쓰이는 것을 따로 부를 말이 필요한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식용유’이다. 이는 음식에 쓰는 기름이란 뜻이니 먹을 수 있는 기름 모두를 가리켜야 할 텐데 우리의 일상적인 용법에서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영어로는 식용유를 쿠킹 오일(cooking oil)이라 하는데 이는 조리용 기름을 가리킨다. 즉 끓는점이 높아 재료를 튀길 수 있고, 식재료끼리 달라붙지 않게 하면서 독특한 풍미도 내주는 액체란 의미이다. 이 말을 그대로 번역했으면 ‘조리유’가 될 텐데 한자를 사용하는 한·중·일 모두 식용유란 말을 쓴다. 이 말대로라면 식용유는 먹을 수 있는 기름 모두를 가리켜야 할 텐데 우리의 일상적인 용법에서 식용유는 상당 부분 조리용 기름의 뜻으로 쓰인다.
우리의 전통적인 기름은 참기름과 들기름인데 이 기름을 식용유라고 하는 이는 드물다. 식용유는 보통 콩, 면화나 해바라기 씨, 유채 등에서 짜낸 다소 값이 싼 기름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기름은 튀김이나 볶음에 사용하면서 특별한 풍미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향신료의 성격이 강하니 조리용 기름이기도 하지만 맛내기용이기도 하다.
식용유가 없던 시절에는 튀김은 꿈도 꾸기 어려웠으니 식용유를 싸구려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식용유는 먹는 기름인 동시에 다른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의 전통 기름은 식용유라 부르기 꺼려진다. 계란 프라이를 식용유가 아닌 들기름으로 부쳐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안다. 들기름은 끓는점이 낮으니 불 조절을 잘해서 프라이를 부쳐내면 식용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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