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대구 동구 평화시장

주머니 얇은 서민들 추억 명소
오징어·새우 등 퓨전메뉴 다양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똥집 먹으러 가자.”

대구 사람들은 이 말이 나오면 너나없이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사진)으로 향한다. 닭똥집은 닭의 모래주머니로, 평화시장에는 닭똥집을 튀겨서 파는 국내 유일의 전문 거리가 있다.

양념·간장 치킨의 발상지인 대구는 오래전부터 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불리던 서문시장에는 ‘계전곡’(鷄廛谷·닭가게 골목)이 있었고, 1970년대부터 양계장과 도계공장이 대거 생겼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닭요리가 발달했다. 칠성시장 청과물상가 주변으로 닭내장 볶음집이 생겼으며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집이, 평화시장에는 닭똥집골목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닭똥집골목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72년 평화시장 한 통닭 가게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닭똥집을 튀겨 막걸리 안주로 내어주며 닭똥집 메뉴가 탄생했다. 닭똥집 튀김 반응이 좋자 이 골목 음식점들이 하나둘 닭똥집 가게로 변신하며 닭똥집골목이 형성됐고, 현재 21곳이 성업 중이다. 1990년대에는 인근 경북대 등에 다니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 이 골목에서 추억을 쌓았다.

닭똥집은 육질이 단단해 식감이 쫀득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닭똥집골목 주요 메뉴는 똥집을 바로 튀긴 ‘누드똥집’과 튀김 옷을 입혀 튀긴 ‘후라이드똥집’, 튀긴 닭똥집에 빨간 양념을 얹은 ‘양념똥집’, 마늘·간장 소스에 버무린 ‘마늘간장똥집’ 등이다. 또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젊은층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오징어똥집’ ‘새우똥집’ ‘문어똥집’ 등 퓨전 메뉴도 생겼다.

대구 동구는 닭똥집골목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닭똥집골목 명품 테마로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구는 이 골목에 입체형 안내표지판과 원조 골목을 나타내는 햇빛 가림막, 경관조명, 무대, 덱 등을 설치했다. 또 골목길 바닥과 포토존, 공용화장실을 정비했으며 상인회 소통공간인 커뮤니티센터도 건립했다.

이와 함께 구는 ‘칙키’(닭)와 ‘빠삭이’(닭똥집) 캐릭터를 활용한 모자·티셔츠·맥주잔·부채 등 홍보물과 외국어 메뉴판도 제작했다. 골목 상인들은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명품 테마로드 사업 이후 업소 매출액이 이전보다 2배 정도 늘었다”며 “상인들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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