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 임시이사회 열고 논의

국제경쟁 심화 따라 실적 악화
EU 화물노선 독점 우려도 해소
연말까지 조건부 승인 받을 예정

대한항공 ‘선통합 후매각’ 방안
EU에 다시 제안 가능성도 나와


아시아나항공이 10월 말 임시이사회를 열고 화물 부문 매각안을 논의한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제기한 대한항공과의 합병 시 한국과 유럽 간 화물 노선의 독점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EU로부터 연내 조건부 합병 승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정 조치안을 이달 중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통합이 무산될 경우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 1741%, 막대한 이자비용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을 할 수 없고,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 임시이사회에서는 화물 부문 매각이 논의 안건에 오른다. 현재 EU 시정 조치안 제출을 앞두고 양사의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EU는 지난 6월 “양사가 합병하면 한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간 4개 노선과 화물 운송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대한항공은 연말까지 조건부 승인 결정을 EU로부터 끌어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EU 경쟁 당국이 제기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여객 노선 운수권과 화물 노선의 독점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EU와 협의하고 있다.

EU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양사의 합병 경쟁력이 지나치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마련 중인 시정 조치안에는 국내 저가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여객 중복노선을 이관하는 방식이 담긴다. 이 경우 국내 항공 시장의 전체 공급에 영향이 없고, 국부(國富) 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오히려 LCC와의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이 지속해서 하락해온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경쟁력이 강화되고 노선 선택의 용이성, 마일리지 통합 등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글로벌 항공 화물 시장 불황 국면에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에 속하는 화물 부문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물 부문은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30~4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 부문인 데다 최근엔 글로벌 화물 운송 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이 먼저 양사를 통합하고 화물 부문을 매각하는 ‘선(先) 통합·후(後) 매각’ 제안을 EU에 제시할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이지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을 거둬도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인수·통합이 어려워지면 1만여 임직원의 일자리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자 매각의 경우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된다”며 “항공산업 네트워크가 망가지면 중국, 일본으로 환승 수요만 뺏길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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