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최소 30조 원을 넘는 초대형 주문을 받아냈다. 완성차 세계 톱인 일본 토요타자동차에 10년간 전기차 250만 대에 장착할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LG엔솔은 5일 토요타에 2025년부터 매년 20기가와트시(GWh)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출력을 높이기 위해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배터리(NCMA 계열)를 공급할 것이라고 한다. LG엔솔은 이를 위해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 4조 원을 투자해 시설을 증설, 토요타 켄터키공장에 공급한다. 이 회사는 이로써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빅5 모두와 파트너가 됐다.

토요타는 자동차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에 강점을 가진 여파로 전기차 전환이 늦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펴면서, 2030년까지 총 35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신중하고 자존심이 센 토요타가 LG엔솔을 파트너로 정한 것은 K-배터리의 초일류 경쟁력을 거듭 확인하는 결과다. 그간의 한일관계를 돌아볼 때, 산업적·외교적 의미도 상당하다.

이번 계약으로 K-배터리 3사의 총수주잔액이 1000조 원을 넘게 됐다. LG엔솔 470조 원, SK온 290조 원, 삼성SDI 260조 원 등이다. 놀라운 성과다. 이런 신화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992년 2차전지 독자 개발을 지시하는 등 선도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전 정신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제 배터리는 반도체에 비해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생태계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핵심 소재와 원료를 90%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 중국산 저가 리튬이온 배터리는 성능 향상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저가 전기차라고 해도, 중국 3대 업체 점유율이 세계 1위인 미국 테슬라를 추월했다.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도 계속 앞서 나가야 한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초격차를 키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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