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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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法, 지난달 25일 결론

“인사에는 대법원장 철학 반영”
전원합의체 선고는 가능 판단

내년 1월 안철상·민유숙 퇴임
초유의 ‘대법관 3명 공석’ 우려
“공백 길어지면 제청권 재논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권 행사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1일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하면 자칫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3명의 자리가 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1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 다수의 대법관은 차기 대법관 임명 제청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회의에서는 “임명제청권은 3권 분립 정신에 따라 대법원장의 사법부 운영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인사권 행사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대법원장 공백으로 권한대행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도 없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차기 대법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8일 퇴임한 조재연·박정화 전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는 100여 일 전인 4월 4일부터 시작됐지만, 안·민 대법관의 경우 퇴임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관련 절차를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한 판사는 “이미 안·민 대법관 후임의 공백 없는 취임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대법관 11명만 남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부(部)에서 대부분의 판결이 이뤄지는데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법관 회의에서는 대법관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권한대행의 임명제청권 행사 문제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선임대법관)도 지난 6일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관련 질문에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되겠지만, 필요성·긴급성·상당성에 의해 결정돼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임명이 내년 초까지 안 될 경우 등에는 제청권 문제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관 회의에서는 임명제청권 행사와 달리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는 전원합의체 선고는 일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는 것은 가능한 데다 대법관 사이에 법리 해석이 명확하게 일치하는 경우 대법원장 공석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정선형·김무연 기자
정선형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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