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은 학교체육서 상대적 축소 접근성 떨어져 많은 경험 못해 정부 차원 중·장기적 계획 필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여준 종목은 수영이다. 이전 대회에선 사격과 펜싱,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이 메달밭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수영이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그동안 기초 종목에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영의 약진을 통해 스포츠 체질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한국 수영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금메달 6개와 은 6개, 동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펜싱과 함께 최다 금메달 공동 1위, 최다 메달 단독 1위다. 그리고 한국은 수영 강국 일본(금 5, 은 10, 동 15)을 3위로 밀어내고 수영 종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일본을 앞선 건 사상 처음이다.
금메달의 분포도 넓었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선 박태환이 4개 중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원맨쇼’를 했다. 그러나 이번엔 김우민 3개, 황선우(이상 강원도청) 2개, 지유찬(대구시청)과 백인철(부산시중구청)이 1개씩을 획득해 ‘쏠림’을 해소했다. 한국 기록은 무려 17개나 나왔다.
하지만 역시 기초 종목인 육상은 수영과 달리 45년 만의 부진에 빠졌다. 금메달 없이 은 1개와 동 2개로 총 3개의 메달에 머물렀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은 1, 동 1) 이후 최악의 성적. 이번에 한국 육상은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용인시청)을 제외하곤 뚜렷한 우승 후보가 없었다.
수영이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접근성’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태환이 2008 베이징올림픽(금 1, 은 1)과 2012 런던올림픽(은 2)에서 활약하며 어린이 수영 붐이 일었고, ‘박태환 키즈’가 잉태됐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교육부가 ‘생존 수영’을 초등학생 교과 과정에 포함하면서 많은 지역 교육청이 별도의 수영 교육을 강화했다. 수영을 취미 등 생활 체육으로 즐기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됐고, 전문선수로의 도약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생존 수영은 매우 특별한 경우다. 정작 학교·생활 체육에서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체육을 접할 기회는 줄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음악·미술을 합친 ‘통합교과’ 수업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체육 수업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옷을 갈아입고 이동해야 하는 체육 수업 대신 음악이나 미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들이 체육 활동을 경험할 기회가 사라졌다. 하물며 생활 체육으로 육상을 선택하는 건 매우 드물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에 따르면 올해 생활 체육을 담당하는 클럽에 등록된 수영 참가자(성인)는 1184명이지만, 육상은 1명도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기회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저출산 시대에 전문선수의 수급은 모든 종목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학교 체육이나 생활 체육이 돌파구로 지적되곤 한다. 그러나 학교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교육부 소관이다. 정부 차원의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선수가 없고 팀이 없다. 이걸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이런 흐름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체육회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