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더라도 내가 찬다!” 제(은주)가 남편과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얘기입니다. 저희 부부는 대학생 때 소개로 처음 만났습니다. 저의 대학교 선배가 남편의 친한 고등학교 친구였어요. 늦은 저녁 남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나간 자리에서, 남편을 만났죠. 사실 그날 선배가 부른 자리에 남편 외 또 다른 남자가 있었어요. 저는 남편을 보면서 ‘저 사람이 소개해준다는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그날 저희는 연락처를 주고받았는데, 남편이 다음 날 연락하지 않았어요. 이대로 끝나면 기분이 나쁠 것 같더라고요. 차더라도 내가 찬다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먼저 연락했죠. 하지만 이런 제 마음가짐과 달리 저희는 두 번째 만남에서 손을 잡으며 연인이 됐어요. 특별한 고백이 필요 없었을 만큼 자연스럽게요.
6년 연애하면서 2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남편이 저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서로 결혼할 사람을 찾아 헤어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차에 남편이 동거 얘기를 꺼냈어요. 둘 다 출퇴근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잡아 같이 지내자는 계획이었죠. 저는 동거하는 데 돈을 쓰느니, 차라리 그 돈을 모아 결혼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죠. 이때부터 결혼 준비가 시작됐어요. 둘 다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해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았어요. 각자 모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통장에 같이 열심히 모았죠.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남편은 저희가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연애 때와 달리 결혼 후 챙겨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잖아요. 남편은 세심하게 챙기는 면이 부족해요. 제가 그런 것들을 챙기고 남편은 대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요. 차더라도 내가 차겠다고 생각했던 그 별로였던 남자가 저에게 가장 완벽한 짝이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