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국원양산업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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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11일 해수부 ‘선내 의약품 등의 비치 기준’ 규정 비판
식약처에 해수부 고시 의약품 예시 품목 국내 허가 현황 분석 의뢰
총 201개 국내 예시 의약품 중 141개(약 70.15%)가 생산 중단 또는 허가 못 받은 ‘부적합’ 품목
상당수 일반 감기약 지정 품목 조차도 비허가 의약품, 선내 비치 못해
현행 의약품 고시는 1974년 국제기구 권고 등 반영 작성돼
안 의원 “선원의 생명과 안전 우선시할 의약품 비치 기준 현실화해야”



올해 8월 부산 지역 약사들이 원양어선 등 선박에 정부 부처 고시 목록에 없는 약을 상비약으로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계기로 50년 전 제정된 의약품 납품, 비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법령으로 지정된 의약품 상당수의 경우 실제로는 생산 중단 등의 사유로 약사들이 대체 품목을 납품해야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함에도 비현실적인 규정 때문에 형사 처벌까지 받아야 하는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에서는 선박에 비치가 가능하다고 규정된 국내 의약품의 70% 가량이 이제 만들어지지 않거나 허가가 나지 않는 제품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해수부 등 관계 부처가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해 ‘선내 의약품 등의 비치 기준’(해수부 고시)에 규정돼 있는 의약품 예시 품목들의 국내 허가 현황을 조사 및 분석한 결과, 총 201개 예시 의약품(상품명 기준) 중 141개(약 70.15%)가 현재 생산이 중단됐거나 허가가 나지 않은 부적합 품목으로 사실상 선내 비치가 불가능한 의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고시에서 제1호에 명시된 주사약 23개 약품 중 13개(약 56.52%), 고시 제2호의 내용약(알약이나 물약, 가루약 등) 106개 약품 중 74개(약 69.81%), 고시 제3호의 외용약(주로 피부에 바르는 의약품 등을 포함) 및 기타 총 72개 중 54개(약 75%)가 생산 중단 또는 불허된 제품이었다. 예를 들어 제1호 ‘주사약’에서 항생제 품목으로 규정된 신도마이세친, 헤로세친, 가나신, 곰실린 등의 상품은 품목 허가 자체가 돼 있지 않았다. 제2호 내용약 중 클로람페니콜이라는 성분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아예 존재 자체를 하지 않으며, 고시에 규정된 일반 감기약의 예시 품목으로 지정돼 있는 품목들도 모두 허가되지 않아 현행 고시 기준으로는 선내에 비치할 수 없다.

해수부는 최근 현재 고시에 규정돼 있는 110종의 의약품 성분 중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경우는 27종(약 2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안 의원에 밝혔지만, 실제로는 생산을 하지 않는 의약품 등이 더 많다는 게 식약처 분석 결과의 요지다.

해수부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선내 의약품 등의 비치 기준’ 에 따라서 현재 별도로 고시한 의약품 외에 다른 약은 선박 내에 들일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의약품 기준이 오래된 국제 권고 사항을 참조해 만들어진 만큼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기존의 의약품보다 효과가 더 좋은 약품이 등장하거나, 여러 사유로 제조하지 않는 의약품이 늘고 있다는 점, 오랜 기간 육지를 떠나 멀리 항해를 해야 하는 선박의 특성 상 사용할 수 있는 비상 상비약이 실제로 더 많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고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의약품 비치 관련 고시는 지난 2009년 해수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기준은 1974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사항인 ‘선박 판매 물품 카테고리’를 참고해 작성된 것이다.

해수부는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의약품 목록을 최신화하고 필요 시 유사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지부와 식약처는 관련 고시에 대한 개선요구는 기본적으로 해수부 소관 사항으로, (해수부로부터)정식 협의 요청은 없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안 의원은 “망망대해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약이 없어 선원의 생명과 안전이 적시에 보호받지 못하면 관련 법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선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의약품 비치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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