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하던 유가가 또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연속 4개월 흑자였던 무역수지도 걱정이고,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에도 악영향이니 물가 당국은 초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전기요금을 생각하면 항상 우울하다. 지난해 말에만 33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문제는 수십 년간 답답하게 진행돼 왔다. 공공요금 결정기준대로 원가주의에 기반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데, 내수경기 침체와 생활물가 인상 속에서 최근 1년간 40% 넘게 오른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기도 부담스럽다. 한전이 자산매각이나 원가절감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결국, 단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 발전용 유연탄과 LNG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15% 인하할 예정인데, 내년까지 연장하고 세율 인하 폭을 확대하는 것도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다.
비용구조를 보자면, 전력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이 90% 수준인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복잡해 난해한 ‘킬러 문항’이 생각난다. 한전은 주로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하는데, 전력시장가격은 한계가격 체계다. 즉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를 시간대별로 가장 비싼 발전기의 단가로 모두 사는 체제다. 전기의 원가가 모두 비슷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연료비가 가장 저렴한 원전과 전력시장가격을 주로 결정하는 LNG 발전기의 연료비는 적어도 10배, 많을 때는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늬만 하나의 시장이나 실제는 다른 색깔을 가진 시장이다. 원가 차이가 크면 다른 상품이라고 보고 가격 체계도 달리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지금도 원가 차이를 반영하면서 요금 인상요인을 완화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가 있다. 대표적으로 원전, 석탄에 시장가격을 그대로 주지 않고 원가를 고려해 지급하는 ‘정산조정계수’가 있다.
시장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가격이 결정돼야 가격의 신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규칙 시장’이 된다. 그러나 현 전력시장의 가격 기능은 원칙보다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존재해 왔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제대로 된 시장이 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원전 등 가격이 낮은 전원에 대해서는 향후 계약거래 체계를 도입하고 적정 수준의 투자보수를 보장하되, 발전설비 허가 시부터 투자비를 통제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한전 스스로 계약 방향을 정하고 계약 조건으로 원가를 통제하도록 자율권을 줘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전이 구입한 전력의 원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비용을 지불하는데, 내용은 모르고 지불하는 형태다. 한전은 전력시장 가격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결정된 가격을 단순히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행 제도의 모순 때문이다. 발전회사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므로 한전에 원가 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러니 뇌는 있는데 통제는 안 되는 뇌 구조인 것이다. 전기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소금이다. 소금이 오랫동안 적절하게 유지되고 관리돼야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의 첫걸음, 전력시장 개편을 통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