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유지 보고서’ 국회 제출

“예보료 올라 금융소비자 부담
창출 이익은 소수에게만 국한
제2금융권 자금 쏠림도 우려”

금융위 국감… 가계대출 논의


금융위원회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사실상 5000만 원 현행대로 유지하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계기로 23년째 답보 상태인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리면 장기적으로 예금보험기금(예보료)이 인상돼 금융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올해도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금융권 국정감사가 막을 올린 가운데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금융위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찬반 논의, 시장 상황을 종합 고려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예금보험공사, 금융업권,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예금보험제도 전반과 한도 상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왔던 금융위는 사실상 한도 상향에 반대하고 ‘현행 유지’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우려와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서다. 금융위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늘리는 데 반해 창출 이익은 소수에게만 국한될 수도 있다”며 “한도를 1억 원으로 늘리게 되면 보호 한도 내 예금자 비율은 98.1%에서 99.3%로 고작 1.2%포인트만이 증가하는데, 금융사의 예보료는 최대 27.3% 상승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예금보험공사 연구 용역 결과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상향되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금융위 국감은 최근 급증한 가계대출 문제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에 대해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것은 기본 원칙이지만,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 보호는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자금과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자금은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원인으로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지목한 것이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에 대해 김 위윈장은 “저희가 승인한 것이 아니고, 특례보금자리론하고는 전혀 다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상식이 있으면 그런 상품을 안 내놓는다고 생각한다. 대출을 늘려서 수익을 늘리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관련 상품을 비판했다.

올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모두 빠지며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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