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법원에서 한정후견심판을 받은 정신지체 장애인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정신지체장애인 A 씨 등 18명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장애인 차별 중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 20만 원 씩 배상하라는 원심 판정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민법상 성년후견제도는 필요한 한도에서만 능력을 제한해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격리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피한정후견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나 제한이 필요한지는 후견사건을 담당하는 가정법원이 판단해야지 피한정후견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우정사업본부 등이 임의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 씨 등은 2018년 1월 15일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받았다. 법원은 원고들의 예금 이체·인출에 관해 30일 합산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300만 원이 넘어갈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내부지침으로 30일 합산 100만 원 미만 거래는 당사자가 통장 및 인감을 지참해 은행창구에서 직접 거래하도록 하고 300만 원 이상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더라도 단독으로 거래를 할 수 없고 반드시 동행해 은행창구에서 거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우정사업본부는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업무를 처리해야 할 가중된 주의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이에 1심 법원은 "가정법원이 100만원 미만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는데도 현금지급기 이용을 제한하고 창구만 이용하도록 한 것은 차별이 맞다"며 원고에게 각각 50만 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2심 또한 차별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우체국의 시스템 하에서 피한정후견인의 개개의 행위능력에 따라 거래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1심 판결 이후 시스템 개선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손해배상 금액을 1인당 20만 원으로 줄였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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