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매년 3058명으로 동결돼온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대폭 증원에, 윤석열 정부가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내년인 2025학년도 대학 입시 때 의대 정원을 1000명 정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치다. 그 후 순차적으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35년엔 의사가 1만 명 부족할 상황에 맞춰 의대 정원을 늘리는 세부 방안을 손보고 있다”고 했다. 의사 부족이 국민 피해를 키워온 지 오래인 현실을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만시지탄이다.

국내 활동 의사는 지난해 기준 11만23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이다. OECD 39개 회원국 평균인 3.7명의 70% 수준이다. 그런데도 의대 졸업생은 인구 10만 명당 7.26명으로, 38위다.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 속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도,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수를 계속 묶어놓는 것은 국민 건강을 더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와 다름없다. 응급 환자가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숨지는 일이 이미 빈발한다. 소아청소년과도 의사 부족으로 진료체제 자체가 붕괴 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 증원하겠다고 했다가 의사들의 집단 파업 등에 밀려 포기했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에도 파업을 벌이겠다는 식으로 반발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물론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는 필수진료 과목의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긴 어렵다. 의료 사고 위험이 크면서도 상대적으로 보수는 많지 않은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의 선택을 의대 학생들부터 기피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진료 수가(酬價)의 합리화 등이 필수다. 의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획기적 대책도 시급하다. 윤 정부가 국민 건강권을 위해, 더는 실기(失機)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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