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 전맹(빛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겐지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미술작품을 ‘본다’는 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미술애호가인 저자는 “시라토리 씨랑 함께 작품을 보면 정말로 즐거워”라고 외치는 친구와 함께 일본 도쿄(東京)에 있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 관람을 따라나선다.

저자는 시라토리 씨와 나란히 선 미술작품 앞에서 시각의 개념이 미술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아니란 점을 깨닫는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感想)은 시각을 초월한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시각도 우리 뇌의 사전에 축적돼 있던 경험과 기억에 기초해 이해되는 감각이라는 깨달음이다.

시라토리 씨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저자가 설명해주는 작품의 색감을 개념적으로 느끼고, 저자가 느낀 감정과 자신의 기억 상자에서 꺼내온 작품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볼 순 없지만 소통하며 감상하는 셈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유수의 미술관에서 활용하는 ‘대화형 감상’과 맥이 닿는다. “왠지 내 눈의 해상도가 올라간 것 같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미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연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단순히 미술을 보는 방법에 대한 열린 생각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각장애를 불완전함으로 바라봤던 무의식적인 자기 내면의 차별 의식,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장애를 갖게 되면 세상은 불편할 것이라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사회적 상식과 통념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시라토리 씨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하나씩 깨달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책을 읽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눈이 보이는 사람도 실은 제대로 못 보는 게 아닐까”라는 시라토리 씨의 생각에 뜨끔한다면 말이다. 429쪽, 2만2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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