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023∼2027년 남북관계 발전 방향을 담은 제4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안을 심의했다. 상정된 기본계획안은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고 △북한 비핵화 추진과 한반도 평화 정착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 인권 및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 정보 분석 강화 △국민·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 준비 같은 5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새 계획안은 한반도 신경제 공동체 구현을 주요 목표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의 기본계획과 차별화했지만, 더 폭넓은 시각으로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전략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신냉전 시대라는 국제질서의 대격변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30년을 지배했던 탈냉전 시대의 구태의연한 사고와 정책적 타성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남북관계 추진 전략이다.
먼저,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시간적·공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문 정부에 이르기까지 탈냉전 시대 30년 동안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교훈과 반성을 바탕으로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전 정부 5년과 차별화하는 것만으로는 신냉전의 높은 파도를 넘기 어렵다.
공간적 확대는 북한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는 전 세계 주요 강대국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핵 문제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첨예한 국제 문제가 됐다. 통일부 주재관의 해외 파견이 일부 국가로 제한된 관행을 깨고, 더 많은 통일부 관료를 세계 곳곳에 파견해 남북관계의 실상과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외교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신냉전 시대의 개막은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해 한반도에 핵 시대가 열린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금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91.6%, 2022년 통일연구원 여론조사)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이 국민 10명 중 9명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셈이다. 비핵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최대 전제조건으로 삼고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자 했던 탈냉전 시대 역대 정부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 국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약속을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추진’ 공약으로 바꾼다고 해서 별로 나아질 건 없다. 이제는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헌법의 명령인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아울러 우리의 강점으로 북한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공세적인 신전략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풍요로움이라는 자유민주 체제의 강점으로 폐쇄적인 독재 체제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윤 정부에서 통일부의 남북대화 기능을 축소한 것은 ‘대북 퍼주기’ 타성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지, 남북 대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강점을 무기로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어 변화시키겠다는 확고한 목표 아래 다방면에서 남북의 접촉면을 늘리고 필요하다면 국제사회를 설득해 과감한 경제 협력 프로젝트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