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영광(25)·강혜진(여·28) 부부

저(혜진)에게 결혼식은, 아버지 없이 힘들고 외로웠던 삶에서 남편과 함께하는 삶으로 바뀌는, 첫걸음 같았어요. 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어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단독 입장’할지 ‘신랑과 동시 입장’할지를 두고 고민할 땐 아버지가 참 많이 그리웠어요. 고민 끝에 단독 입장하기로 했죠. 배우자로 선택한 남편에게 당당하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었거든요. 신부 혼자 입장하는 걸 본 일부 어른들은 “왜 신부를 외롭게 걷게 했냐”고 하기도 했지만, 저는 떨면서 남편에게 걸어가는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남편이 버진로드를 걸어오는 저를 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오직 남편만 보고 걸었죠. 남편이 버진로드 중앙까지 저를 마중 나왔는데, 남편 팔짱을 낀 순간 주위에서 “와~” 하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죠.

남편과 저는 2년 전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어요. 남편을 만나기 전 여러 차례 소개팅으로 지친 상태이기도 했어요. 앞서 4번의 소개팅을 거치면서 연애고 결혼이고 아주 진절머리가 나서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기도 했죠.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남편을 만난 거죠.

그날 소개팅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남편은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에 모두 부합했어요. 본인 전공인 건축 관련 목표를 얘기할 땐 후광이 비친다는 말이 뭔지 알게 됐죠. “누나랑 잘해보고 싶다”는 남편 고백을 시작으로 저희는 정말 뜨겁게 연애했어요. 사귄 지 200일 만에 결혼을 약속하고 바로 결혼식 준비에 들어갔죠. 그리고 지난해 2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결혼식 때 남편이 단독 입장하는 저의 손을 잡는 순간, 가장 먼저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아버지의 딸, 멋지고 씩씩하게 자라서 결혼도 해냈어요.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아빠. 그리고 남편, 사람이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 배우자라고 하는데 저를 가족으로 선택해줘서 고마워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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