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아닌 일반인 처방이 97%
"의료기관 ‘키크는 약’ 오남용"
단가가 최대 135만 원에 달하는 ‘키크는 약’ ‘키크는 주사’에 대한 효능·효과가 검증 과정을 한 번도 거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크는 약이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오남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관계 당국이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는 일명 ‘키 크는 약’과 ‘키 크는 주사’의 효능, 효과는 물론 안전성과 유효성이 한 번도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실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바이오의약품은 총 24개인데, 그동안 터너증후군 등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환자를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의원실이 식약처의 공식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24개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없었다. 식약처도 24개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인(소아, 청소년 등)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진행한 ‘소아청소년 대상 키성장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 연구에서도 "허가범위를 초과한 성장호르몬 사용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권고하지 않으며, 오직 임상연구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한다"며 단순하게 키가 작은 일반인에 대한 처방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병원, 일반병원, 성장클리닉 등에서는 이것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수 처방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 9월까지 전국 5761개 의료기관에 공급된 ‘키 크는 약’만 약 1066만 개에 달한다.
이 기간에 국내 저신장증 관련 환자는 약 7만8218명으로,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터너증후군,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프래더 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약 3만2698명(41.8%)은 성장호르몬 ‘키 크는 약’ 30만7000여 개를 급여 처방받았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제외한 1035만 개(97%)는 저신장증이나 기타 관련 질병이 없는 일반 소아 및 청소년들의 키 성장을 위해 비급여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료기관에 납품된 최소 단가는 1만2521원부터 최대 135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의약품들은 의료기관에서 처방해주는 주사제가 대부분으로, 처방을 받은 후 집에서 부모나 자기 스스로 일주일에 6~7회 몸에 직접 주사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시중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과 관련된 바이오의약품 모두가 식약처 효능, 효과가 확인된 바 없었지만, 마치 키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의료기관들에서 오남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에게 임상시험조차 한 적 없는 성장호르몬 바이오의약품이 마치 성장하는 일반 소아나 청소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광고 및 처방하고 있는 병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의약품의 초기 허가 목적과 다르게 오남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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