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조롱박이 만난 당호로(糖葫蘆)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우리의 한자음으로 읽으면 당호로지만 중국식 발음인 탕후루로 불리는 음식이다. 본래 작은 사과 모양의 과일인 산사에 설탕물을 씌워 굳힌 것인데 둥근 모양의 과일을 꼬치에 꿰어 놓으니 그 모양이 조롱박 같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둥근 모양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당구(糖球)라고도 하니 우리말로 풀면 ‘단 공’ 정도가 되겠다.

시고도 달콤한 과일에 설탕을 덧씌워 놓았으니 그 자극적인 단맛에 아이들이 끌릴 만도 하다. 그러나 단맛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 처치 곤란한 탕후루 꼬치를 접한 이들, 버려진 용기의 설탕물에 꼬이는 벌레를 꺼리는 이들에게는 결코 반가운 음식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탕후루를 직접 만들겠다고 설탕물을 다루다 여러 사고도 나니 살림을 하는 이들에게도 반갑지 않다. 일시적인 열풍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 열기는 쉽사리 식을 듯하지 않다.

과일에 설탕을 덧씌워 먹는 것은 아무래도 과일에 대한 모독으로 보인다. 과일은 여러 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지만 주로 단맛으로 먹는다. 그래서 과일을 생산하는 농부는 어떻게든 당도를 높이려고 애쓴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과일에 또 설탕을 덧씌우니 과일 자체가 가진 고유한 맛을 가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음식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온갖 조리법과 양념이 가해지는 것은 더 나은 맛의 음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지만 재료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눈속임일 수도 있다. ‘호로’의 본래 뜻인 조롱박이든 둥근 박이든 그 속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포탕에서 낙지와 어우러지면 최고의 맛을 낸다. 때로는 이런 심심한 맛이 더 큰 맛을 내기도 하니 설탕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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