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2주년 특집 - 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8)
인공지능 R&D -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AI는 인간 아이디어 재가공
새 콘텐츠 찾기 어려워
창작 분야 중요성 더욱 부각

산업 이끄는 스타트업 많아
획기적 발명은 ‘탈중앙’필요


런던=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인공지능(AI)이 발달할수록 창의적 연구·개발(R&D)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R&D의 핵심 주체이며,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10일 영국 런던 옥스퍼드대에서 만난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는 여전히 인간이 AI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며 “AI는 ‘표준적’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는 셰익스피어‘처럼’ 편지를 쓸 수는 있지만 이는 기존 아이디어를 재가공하는 데 그칠 뿐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인간의 창의성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를 찾는 것이 AI 시대의 R&D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전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웨덴계 독일 경제학자인 프레이 교수는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에서 일의 미래(Future of Work)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프레이 교수는 어떤 분야든 ‘사업 목표’에 따라 R&D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가 작고 상호작용이 자유로운 조직일수록 ‘획기적 발명’을 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크고 위계적인 조직은 기존 아이디어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 제품에 이어 후속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일 경우 상명하달식 조직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목표가 불분명하고 탐색이 필요한 경우 ‘탈중앙화’가 필수라고 프레이 교수는 전했다. 특히 그는 여러 산업군의 R&D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AI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특정 분자를 식별하거나, 배터리 또는 태양전지 내에 검토해볼 만한 신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프레이 교수는 “대부분의 혁신은 전통 기업이 아닌 ‘도전자’에서 나온다”며 R&D 선도 기업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한 미국 스타트업 모더나를 꼽았다. 그는 “거대 제약사가 아닌, 10년도 채 안 된 스타트업이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대기업은 더 큰 투자 재원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안전하고 위험이 적은 도전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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