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2주년 특집
新 부민강국 6대 키워드 - (3) 효율적 정부예산이 관건
文정부 中企연구예산 매년 증액
모두에 나눴지만 인건비로 쓰여
尹정부 ‘이권 카르텔’ 지목 삭감
中企 연구기술, 수요 고려 안해
대기업에 의무구매 강요 말아야
1983년 64K D램 개발 때처럼
민·관·학 과제에 집중 지원을
정부 R&D 예산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너무 과감한 예산삭감이 일부 과학 분야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계도 과거 ‘나눠먹기식’의 예산 지원에서 탈피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적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본격화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의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이번 예산 구조조정이 정부의 효율적 지원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연연·중기 분야 월급으로 전락 = 지난 9월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초긴축·건전재정’ 기조를 앞세우며 과학기술 R&D와 보조금 분야에 대한 대대적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 정부 정책 예산사업 1만3000여 개를 ‘제로베이스’에서 조정하는 한편, 내년 R&D 분야 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 원 줄였다. 낭비성 보조금 3조8000억 원도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재정사업평가를 통해 미흡 등급 사업 예산을 10% 이상 삭감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특히 ‘이권카르텔’로 지목된 R&D 분야는 올해 예산이 31조1000억 원에 달했지만 내년엔 25조9000억 원으로 16.6%나 줄어든다. 정부 예산 12개 분야 중 감소 비율이 가장 큰데, 이는 그간 R&D 분야가 투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 도출에는 미흡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9조7000억 원이던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으로, 매년 10.9%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사업 수도 2019년 653개에서 지난해까지 1254개로 늘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사실 이 같은 정부의 예산 삭감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부를 지원하는 과학기술계에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R&D 예산이 실적 없이 외형만 커졌고 미래를 선도할 첨단산업 분야를 확장할 기술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국내 민간과 정부 R&D 규모는 총 100조 원 수준(2023년 기준)으로 비율로는 민간이 70%, 정부(공공)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으로 볼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선두권에 해당한다. 중소기업 R&D 지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홀대하고 중소기업을 우대하며,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킨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R&D 예산을 같은 기간 1조1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까지 연평균 10% 가까운 속도로 증액시켰다. 이 중 2억 원 이하 규모 R&D 예산이 중기 분야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지원 자체가 특정 사업에 집중이 되지 않고 작더라도 모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성과는 없고 연구자들 보수만 지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공계 “정부 지원, 도전적 과제에 집중돼야” = 정부의 R&D 예산 구조조정에 대해 이공계 전반에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찬성의 분위기도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R&D가 일부 출연연의 ‘운영비’로 쓰이고 있거나, 자체 R&D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월급’ 용도로 쓰이고 있는 실정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기 R&D의 경우, 해당 중기가 개발하는 기술이나 제품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는 점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계공학 전문가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살 곳이 어디인지, 바이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먼저 알고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계획이 없다”며 “주요 바이어가 대기업들인데, 대기업 수요나 의견은 배제하고 중소기업에 R&D 비용만 지원하는 것은 결국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조선 등은 대기업 산하 협력업체들이 모두 중소기업이고 이들은 대기업과 협력해 대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납품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협력업체가 아닌 이상 해외 업체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 역시 국내 중소기업 기술이 국내 다른 대기업과 거래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R&D 지원도 대기업·중소기업, 그리고 정부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할 때 보다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무작정 정부 R&D 지원을 받은 중기제품을 의무구매하라고 대기업에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다.
또 정부 R&D는 미래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최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기업이 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도전적 과제에 대해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1983년 민·관·학이 함께 이뤄낸 64K D램(RAM) 반도체 개발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예산 시정연설을 통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불리는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의 분야에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장기 과제 지원에 대한 성과평가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낭비성 R&D 예산 삭감은 바람직하지만 신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민·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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