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신준기(31)·이수진(여·31) 부부

저(수진)의 눈물범벅 시댁 첫 방문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와 남편은 친구 부부 소개로 처음 만났습니다. 사귄 지 100일 만에 결혼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잘 맞았어요. 저희 둘 다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해, 비교적 일찍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죠. 근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남편 집에서 반려견을 키웠던 거죠. 시부모님을 만나러 가기 전, 반려견 뽀삐가 다가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운명의 디데이. 뽀삐가 저를 보고 얼마나 짖었는지 몰라요. 강아지는 냄새에 익숙해지면 안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보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해서 제 냄새에 익숙해지길 기다리며 서 있었죠. 그런데 뽀삐가 제 다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처음 만난 신랑 여동생과 시부모님 앞에서 소리를 질러가며 엉엉 울었죠. 남편은 그런 제 모습이 고맙고 예뻐 보였대요. 지금은 함께 밥도 먹을 만큼 친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남편의 깜짝 프러포즈도 눈물범벅이었어요. 언니랑 저녁을 먹기로 했던 날인데 갑자기 취소됐어요. 헬스장에 가기로 한 친구는 친정에 간다고 했어요. 어머니는 제게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집에 가야 한다”고 연락했어요. 몽땅 취소된 일정부터 어머니의 전화까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들어갔죠. 근데 집에 촛불과 풍선, 사진 그리고 남편의 영상편지까지 다 세팅돼 있었어요. 그제야 눈치를 챘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결혼 후 가장 좋은 건, 서로 닮아갈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남편을 만나기 전 술 마시는 것을 즐겼어요. 하지만 남편은 많이 마셔봐야 맥주 한 잔이 끝이에요. 그런 남편을 따라 술을 줄이게 됐는데 그게 싫지 않더라고요. 또 남편 취미가 골프인데 같이 따라 배우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배우는 제가 고마웠대요. 오래오래 부부로 서로의 좋은 모습을 닮아갈게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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