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LNG선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약 3년 6개월 치에 달하는 ‘고가 일감’을 쌓아둔 한국 조선사들이 내년 글로벌 신조선 시장 위축 국면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 3분기 11년 만에 분기 기준 동반 흑자를 기록한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내년에는 무난히 연간 기준 동반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6일 조선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올해(3850만CGT)보다 24.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신조선 수주량도 같은 기간 1150만CGT에서 950만CGT로 17.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고금리 기조와 환경규제 대응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해외 선주사들이 신조선 발주를 망설이고 있지만 한국 조선업계는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초체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달 초 기준 한국 조선업 수주잔량은 3887만CGT로, 기간으로 치면 3년 6개월 치 이상의 일감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과거처럼 불황기에 저가수주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오히려 선주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비싼 선박인 LNG선 위주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것도 긍정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상선 수주잔량 139척 중 54척(39%)을 LNG선으로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153척 중 85척(56%), 한화오션은 99척 중 65척(66%)이 LNG선이다.
올해 3분기에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동반 흑자에 성공한 조선 3사는 내년 흑자 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 수주한 저가 물량을 올해 중 대부분 인도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고부가·친환경 선박 수주에 따른 이익 실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D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추정치)이 올해 3706억 원에서 내년 1조4563억 원으로 29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2328억 원에서 5006억 원으로 115% 늘고, 한화오션은 -1147억 원에서 4127억 원으로 흑자전환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 등 차세대 선박에 적용될 무탄소 연료의 향방이 조만간 결정될 텐데 한국 조선사들은 이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억눌렸던 수요가 풀리면 국내 조선사들은 또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