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 (9) EU, 연내 법안 확정
인공지능 데이터의 출처 공개
시스템 적합성 검토 의무화 등
규칙 어길 땐 시장 퇴출 가능
“필요한 선에서만 많은 규제
시민·기업 모두 긍정적 영향”
안면인식·기업채용 활용 등
전면금지 여부 최종 조율 중
2026년부터 규제 적용 전망
브뤼셀 =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황야 같았던 디지털 환경을 체계화하려 했던 큰 꿈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민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 방식으로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인 베를레몽 건물에서 만난 EU 과학기술·산업팀의 모리츠 얀 프린츠 자문역은 “최대한 조금, 그러나 필요한 선에서는 가장 많이 규제하는 것이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의 일관된 접근 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브르통 위원은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프린츠 자문역은 브르통 위원 팀에서 인공지능(AI) 정책을 맡고 있다. 그는 “AI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신뢰를 확보하는, 즉 ‘균형’을 잡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법 초안 발의까지 3년… EU 담당 인사들 “AI 법안은 반드시 필요” = 문화일보가 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브뤼셀에서 만난 AI 법안 제정 담당 인사들은 “AI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며,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달 13일 EU 집행위 정보통신총국 본부에서 만난 로베르토 비올라 EU 집행위 정보통신총국장도 “AI 법안은 기업에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 “소수의 제품만이 제재 대상에 해당되고, 나머지는 시장에 자유롭게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브르통 위원의 주도로 2021년 4월 세계 첫 AI 법(AI Act) 초안을 공개했다. 수차례 수정을 거친 이 법안은 올해 6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최종안은 연내 확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법안과 관련해 EU 집행위와 입법 기구인 유럽의회, 27개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 간 3자 협상이 타결되면 EU 국가들에는 2026년부터 이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법안에 따르면 챗GPT 같은 생성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은 학습에 활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을 공개해야 한다. 또 AI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출시 이전 EU에 제출, 위험 여부를 조사받아야 한다.
EU는 AI 법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 기간 초석을 다져왔다. 집행위는 2018년 6월 학계와 업계 관계자, 소비자, 노동단체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 포럼 ‘AI 얼라이언스(연합)’를 발족했다. 현재까지 AI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회원은 6000여 명이다. 집행위가 2018년 꾸린 AI 고위 전문가 그룹(HLEG)은 이듬해인 2019년 ‘AI 윤리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 2월에는 AI 법의 기본 틀을 담은 AI 백서가 공개됐다. 비올라 국장은 “AI 법 초안은 아주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 관계자 수천 명과 민주적인 협의를 거쳐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연말 타결 전망… 발효되면 제재 수위는 강력 = EU는 AI 법을 최종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3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로는 ‘허용할 수 없는 위험’으로 분류된 실시간 안면(생체) 인식이나 채용 과정에서의 AI 기술이 꼽힌다. EU는 이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혹은 일부 상황에서 허용할 것인지 조율 중이다. 드라고스 투도라케 유럽의회 의원은 12일 유럽의회 본부에서 기자와 만나 “채용에 쓰이는 모든 AI가 위험군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적인 차별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적 기준’을 정의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도라케 의원은 “3자 협상은 연말에 합의될 것인데, 10년 뒤에도 유효하도록 법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면서 “약 2년간의 유예기간에는 자발적으로 AI 법을 시범 도입하는 기업들과 함께 만든 ‘AI 협정(Pact)’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법의 집행력은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규칙을 어길 경우 글로벌 매출의 최대 6%, 또는 330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험군에 속하는 AI 시스템들은 출시 이전에 ‘적합성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프린츠 자문역은 “AI 시스템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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