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경제6단체의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 중단 촉구 공동성명 기자회견에서 이동근(왼쪽 네 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곽성호 기자
■ 경제단체, 노조법 개정안 우려
“손배소 제한땐 불법파업 조장”
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고 나면 국내 산업 현장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과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단체들은 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자동차·조선·건설업종의 경우, 원청 회사가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사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경영상 판단조차 파업 대상으로 허용돼 경영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제기했다.
재계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우선 ‘사용자’의 범위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대된다.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에 해당해, 원청이 수많은 협력업체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원청 기업들이 차라리 해외 이전을 택함으로써 하청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재계가 걱정하는 지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의 경우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 협력업체 수백 개가 모여서 진행된다”며 “앞으로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 건설사에 교섭을 요구하고 현장에서 공동 파업을 한다면, 장기간 공사 중단으로 입주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회원사들을 상대로 파악한 결과,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들도 큰 고민에 휩싸여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 통과 시 각 계열사 노조가 지주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주회사는 1년 내내 계열사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느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 규정이 입법되면 불법파업을 조장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야당의 개정안 내용대로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개인별로 나눠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권한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경영계에 따르면 미국, 독일 등도 공동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연대채무를 인정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마스크와 헬멧을 쓰고, 통일된 옷을 입고 파업하면 어떻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느냐”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진 촬영 등을 시도하다 물리적 충돌만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쟁의행위 개념 확대도 문제다. 현행 노조법에서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이익분쟁)에 대해서만 파업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해고자 복직,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판단이 필요한 사안(권리분쟁)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은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케 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