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메로 친 쫄깃한 찹쌀에 콩, 팥, 녹두 등의 고소하고 단 고물을 묻힌 떡, 바로 인절미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떡, 그래서 요즘엔 떡집마다 손바닥만 한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랩으로 포장해서 파는 필수적 품목으로 기억되는 그 떡이다. 음식과 그것을 가리키는 말은 친근한데 그 이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리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딱 봐도 한자어처럼 보이는데 어떤 한자일까 유추하기도 쉽지 않고 사전에도 한자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모두에게 친근한 떡이니 민간에서 유래한 어원이 있을 법하다.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 공산성으로 피한 인조에게 임 씨 성을 가진 이가 떡을 만들어 바쳤는데 이를 먹어 본 임금이 맛있어 했다. ‘임(林·任)’씨가 만든 떡이 천하의 ‘절미(絶味)’여서 ‘임절미’가 ‘인절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印) 씨도 있지만 너무 드문 성씨여서 임 씨로 슬그머니 바꾼 것은 귀여움마저 느껴지지만 ‘임’이 ‘인’이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니 그리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자로 풀이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예상대로다. 찹쌀(米)을 늘여(引) 칼로 잘라(切) 만든 떡이니 ‘引切米’라는 한자어를 조합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한자를 끌어다 이름을 지었을 거라는 주장은 늘 그렇듯이 이미 있는 이름에 한자를 갖다 붙인 흔적이 역력하다.
인절미가 가장 맛있을 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찹쌀 반죽을 접시로 대충 길게 잘라낸 뒤 칼로 숭숭 썰어 고물에 던져놓은 그 순간이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 조상 누군가가 이름을 지었을 텐데 그에 대한 설명을 남기지 않았으니 아쉬울 뿐이다. 인절미의 맛을 더 진하게 해 줄 맛깔 난 이름 유래가 있으면 좋겠지만 임 씨 성을 가진 조상이나 한자를 좋아하는 조상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외려 그 맛있는 떡을 개발한 조상, 그리고 그것을 지금도 구현해 내는 손맛에 감사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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