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노란봉투법 처리 반발
“노조만 과도하게 보호하는 법”
지난 9일 야당의 단독 강행 처리로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제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13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한 것은 사업장 점거, 폭행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기업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 따르면, 기존에 법원에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대다수는 사업장 점거 등 심각한 불법행위가 원인이었다. 바꿔 말하면, 막대한 손해를 일으킨 노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원도 엄중히 다뤄 왔다는 의미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피해자인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권리마저 무력화해 산업 현장을 ‘무법천지’로 만들 것이란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소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조의 사업장(시설) 점거로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90.3%가 법원에서 인용됐다.
특히, 법원이 ‘불법쟁의행위’로 판단해 노조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 중에서는 89.3%가 ‘수단이 부당한 경우’였다. 이 중 ‘위력(威力)’으로 사업장을 점거한 경우가 88.0%였고, 64.0%는 점거 과정에서 폭행·상해 등까지 수반된 경우였다.
또 손해배상 인용액의 98.6%(327억5000만 원)가 위력으로 사업장을 점거해 생산 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된 사건들에서 나왔다.
기존 노조법에서는 불법쟁의행위 가담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고 승소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노란봉투법은 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불법쟁의행위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의 개념도 무리하게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이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나 재판 중인 사건까지 넓어졌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동쟁의는 헌법에 표출된 ‘최후 수단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 노조법 개정으로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해 쟁의권이 남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또 권리분쟁에 대한 파업 허용은 사용자가 법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접근권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서도 법률분쟁의 해결은 관할 법원에 맡겨야 하며, 해당 사안에 관한 파업을 금지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 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단체들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로 인해 산업 현장이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해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청 대기업을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내용”이라며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한다면, 원청 기업이 협력 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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