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대화 복귀에 잰걸음

“투쟁만으론 문제 해결 어려워”

“특수업종 근로시간연장 관련
현실·현장에 맞는 대화 노력”


김문수(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결정으로 “조만간 노사정 4자 대표(고용노동부 장관·경사노위 위원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한국노총 위원장)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가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한 전날 전격적으로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이 투쟁만으로는 노동자 권리 향상 등 현안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대화에 복귀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키로 한 만큼 노동 현안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대화를 위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도 13일 전화 통화를 하며 4자 대표 간담회를 추진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 대표자 간 간담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전날 업종별 수요를 반영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하며 노사정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노동시장 여건이 다양하고, 그만큼 현장 조사와 대화를 통해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경사노위에서 충분한 조사와 대화를 한 후 합의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 외에도 연구·개발(R&D) 등의 특수 업종 분야에선 근로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다양한 현장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문가 중심 연구를 거친 후 올해 초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주 최대 69시간 근무’ 여론 반발에 밀려 표류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국회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최적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며, 경사노위에서 좀 더 현실과 현장에 맞는 이야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내부는 대화파와 강경파 간 입장 차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복귀 결정에선 대화파의 주장에 힘이 실렸지만, 지난 9일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어렵게 출발한 사회적 대화가 좌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근로시간 개편 외에도 임금체계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 정년 연장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근로자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유지될 수도 있다.

한편, 정부가 전날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유연화하기로 했다. 유연화 대상 업종과 직종, 주 상한 근로시간 등은 실태조사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지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행 주 52시간제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등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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