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그동안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전자 투·개표를 확대해왔지만, 내년 총선 때부터는 육안 심사가 다시 강화될 전망이다. AI 시대에 아날로그 시대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투·개표 부정 시비와 해킹 가능성, 의심할 여지 없는 공정선거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첨단 기술 도입보다 신뢰 확보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중앙선관위는 14일 내년 총선 개표 때부터 모든 투표지에 대해 육안 심사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국민의힘 선거제도개선 기구에 밝힌 내용을 보면, 현재는 투표지를 분류기(전자개표기)에서 정당·후보자별로 나눈 뒤 심사계수기로 득표 수를 센다. 개표사무원이 계수기를 구동할 때 투표지를 확인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중간 단계에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수(手)검표’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감내할 만한 일이다.

선관위는 또 투표지 분류기에 인가된 보안 USB만 인식할 수 있는 제어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내부 조력자 도움이 있으면 해킹할 수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사전투표용지에는 현재의 QR코드 대신 바코드를 삽입하고, 잔여 투표용지를 CCTV 등이 설치된 곳에 보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선관위의 내부 부패와 기강 해이 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합동 보안 점검을 한 결과, 선거인명부 시스템을 해킹해 사전 투표한 사람을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하거나 유령 유권자 등록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전투표용지의 무단 인쇄도 가능했고,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을 해킹해 결과 조작까지 할 수 있었다. 차제에 이런 모든 의혹을 없앨 대책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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