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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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에게 암시와 유도, 집요한 질문
허구의 기억 주입해 아버지 고소하게 해



A 씨는 종교적 권위가 있는 교회 장로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환상을 볼 수 있다거나 귀신을 쫓고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선지자 행세를 했다. 20~30대 신도들도 그를 따랐다. 신도들은 A 씨에게 일상적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A 씨는 교회에서 알게 된 세 자매에게 그녀들의 아버지를 고소하게 했다. A 씨는 세 자매에게 암시와 유도, 집요한 질문을 통해 허구의 기억을 집어넣었다. 세 자매가 4∼5세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기억이었다. 이른바 ‘가스 라이팅’이다. 세뇌당한 세 자매는 결국 허구의 기억을 진짜로 믿게 됐고 2019년 8월 아버지를 고소했다. 검찰은 세 자매의 허위 고소 시점이 이들의 부친이 교회에 대한 이단 의혹을 제기했을 시점으로 파악했다.

A 씨 혼자 한 행위는 아니었다. 부인이자 같은 교회 권사였던 B 씨, 그리고 집사인 C 씨도 여기에 동조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여신도를 "삼촌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세뇌해 삼촌을 허위 고소하게 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무고죄로 기소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B 씨와 C 씨에게도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역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0∼30대 교인을 상대로 수개월간 일상적 고민을 고백하도록 하고 통제·유도·압박해 허위 고소 사실을 만들어 피무고자들의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피무고자들을 세 딸과 조카를 성적 도구로 사용한 극악무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허구의 기억을 주입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고는 미필적 고의로도 범의를 인정할 수 있으며 피고인들은 성폭행 피해가 허위임을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또 "무고 내용은 유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것인데 형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규정돼 있는 중범죄"라며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변명을 해 반성의 여지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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