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혁신)계 의원 4인(이원욱·김종민·윤영찬·조응천)이 모여 정치결사체 ‘원칙과 상식’을 공식 출범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부터 유발된 ‘방탄정당’ 논란과 그의 강성지지층인 개혁의딸(개딸)의 극렬 행위로 인한 당내 민주주의 훼손에 관한 우려가 원칙과 상식 출범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이들의 움직임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자체로 용기 있다고 보인다. 개딸들이 비명계를 향해 총알이 있다면 처단하겠다는 식의 날이 선 협박을 이어가는 와중 내린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원칙과 상식 구성원들의 용기와는 별개로 이들의 움직임만으로는 이 대표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쉽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관한 책임을 지겠다는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사의는 하루 만에 받아들였다. 반면, 비명계의 거센 반발에도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의 사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조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실무를 총괄하는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원칙과 상식’ 출범 이후 줄곧 혁신계 의원들의 움직임과 관련한 기자들의 물음에도 침묵했다.

정치권에서는 원칙과 상식이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으로 ‘세력화’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많은 비명계 의원들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본인의 생존에 관한 ‘실존적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이름을 공개하고 연명하진 않아도, 뜻을 같이하는 40~50명의 의원이 있다”고 했지만, 다른 의원들 입장에서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지도부와 강성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원칙과 상식’이 세력화에 성공하려면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한데 모을 구심점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전해철·홍영표 의원처럼 다수의 현역 의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진 의원들이 원칙과 상식의 전면에 나설 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칙과 상식이 민주당의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을 위한 ‘스노볼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는 의원들부터 설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대영 기자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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