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배우 박보영은 자신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감독 이재규·정신병동) 속 이 대사에 울었다. 16세에 데뷔 후, 순식간에 트렌드가 뒤바뀌는 연예계에서 아등바등 버틴 자신을 향한 위로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허문다. 그들 역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마음을 다친 보통의 현대인일 뿐이라 강조한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박보영은 “이 작품을 봤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낸 분들이 많았다. 공감했고, 또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면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주위에 말못하는 고민을 품거나 아픈 마음을 부둥켜 안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분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드릴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정신병동’은 박보영이 스스로에게 발라주는 연고 같았다. 극 중 그가 맡은 간호사 정다은은 박보영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매사에 충실하고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세상 일이 내 맘 같을 순 없다는 뜻이다. 박보영 역시 일련의 작품 속 그의 긍정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한 편견 때문에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래서 “다은이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저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라고 꼭 써달라”고 당부한 박보영은 “저도 화를 많이 낸다. 예전에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타인의 시선에 포커스를 맞추려면 몸도 마음도 힘들 수밖에 없다. 타인보다 본인을 먼저 생각하며 마음의 병을 극복해가는 다은의 모습이 제게도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깼다는 측면에서 2023년은 박보영에게 특별하다. 지난 여름 개봉된 영화 ‘콘트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상황을 주체적으로 타개해가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고, ‘정신병동’을 통해서는 상처 입은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 이상 마냥 해맑은 ‘뽀블리’(박보영과 ‘러블리’의 합성어)는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박보영은 이렇듯 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부딪히고 깨져봐야 제가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수 있다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두 작품으로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아요.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말도 이제 조금 이해가 돼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평가받으며 대중들과 호흡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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