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터 전 미국대통령 부인 로절린 여사 96세 타계
호스피스 케어 3일만에 영면
카터와 77년 동안 결혼생활
각료회의까지 참석 소신발언
카터“평생 나를 지지한 사람”
워싱턴=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로절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
지미 카터(99)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절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향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로절린 여사의 사망을 알리면서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로절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터 센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신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절린 전 영부인이 19일 오후 2시 10분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그녀는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은 로절린 여사는 이번 달 17일부터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왔다. 피부암을 앓아온 카터 전 대통령도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 케어를 받고 있다. 로절린 여사는 1927년 8월 18일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둘의 부모는 이웃 친구였고, 간호사였던 카터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로절린 여사가 태어날 때 도와줄 정도로 가까웠다. AP통신에 따르면 로절린 여사가 태어나고 며칠 뒤 당시 3세이던 카터 전 대통령이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둘은 1945년 해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잠시 집에 돌아왔을 때 데이트를 시작했고 1946년에 결혼했다.

로절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뒤 1977∼1981년 영부인으로 활동하면서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로절린 여사는 다른 영부인과 달리 각료 회의에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솔직하게 발언했으며 남편인 대통령을 대신해 해외 순방을 다녔다. 카터 전 대통령도 현직 때 “로절린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개입 논란에 로절린 여사는 “나는 정부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을 하기도 했다.
로절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인 1982년 카터 센터를 함께 설립해 정신건강, 돌봄, 유아 면역력 강화, 인권, 분쟁 해결 등에 전념해왔다. 로절린 여사는 과거 인터뷰에서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친구이자 연인일 뿐만 아니라 파트너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