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 때 대통령실은 “네트워크망 민생에 상당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유사시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주문했다. 카카오 대표가 사퇴하고 5600억 원 상당의 보상안도 내놨다.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카카오톡은 무료 민간 서비스이고 다른 대체 수단도 있지만, 행정망은 대체 수단이 없고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직접적 피해와 안보 위험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백업(이중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행정망인 ‘새올’이 전면 중단된 사태를 17일 오전 8시40분쯤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오후 1시50분부터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인 ‘정부24’도 중단됐다. 행안부는 오후 3시20분쯤에야 광역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에서 대책을 논의했고, 오후 5시쯤 지침을 내려보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정부-지자체 회의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됐다.

행안부 공문은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즉시 민원인이 신청한 날짜로 소급처리해 달라’는 것으로, 대책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재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변명부터 가관이다. 당연히 안내 문자 발송도 없었다. 카카오톡 불통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복구 상황 등을 알리는 ‘재난 문자’를 3차례 발송했었다.

사고 예방 못지않게 올바른 대응이 중요하다. 주무 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행안부의 총체적 기강 해이까지 우려된다. 엄정한 조사·감사·수사를 통해 진상과 책임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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