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전산망인 ‘새올’ 시스템이 마비 사흘째인 20일 오전 일단 정상화됐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경우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시스템과 관리 부실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북한 등에 의해 언제든 행정망이 교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태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종합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행정안전부는 새올 시스템의 접속 인증 시스템, 그중에서 L4 스위치 장애가 원인이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매출 200억 원의 중소기업이 구축,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중소기업들이 구축한 주요 공공 전산망 장애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3월엔 법원 전산망이 마비됐고, 6월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이 말썽을 일으켰다. 게다가, 공공 전산망은 중앙·지방정부마다 관리 주체가 달라 원인 파악조차 쉽지 않다.

이런 총체적 부실 배경에는 대기업 배제와 헐값 쪼개기 입찰 관행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정부는 2013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한다며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삼성SDS, LG CNS, SK C&C 등에 대해 공공서비스 참여를 막아버렸다. 중견·중소기업만 입찰에 들어오면서 헐값 쪼개기 발주가 만연해졌다. 정부가 업체에 업그레이드와 사후 관리 비용까지 떠넘기는 ‘과업 변경’ 관행도 문제다. 당초 의도와 달리 대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도 다급하면 글로벌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린 대기업에 손을 내미는 게 현실이다. 2020년 코로나 온라인 수업 시스템과 2021년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은 중소기업들이 개발했으나 오픈과 동시에 마비됐고, 결국 대기업 기술진이 투입된 후에야 문제가 해결됐다.

지금 공공 전산망은 공무원 신뢰도 못 얻고 있다. 긴급 재난 상황실의 90% 이상을 ‘카톡방’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 정부라면 세계 최고의 품질과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공 전산망 마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 처방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기업 배제 원칙부터 당장 철폐하고 관리·용역비도 제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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