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전산망 장애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전산망 장애 대책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관료주의가 디지털 먹통 불렀다 - (上) 예견된 행정전산망 마비

행안부 등 전산직 비중 11.5%
박봉에 우수 IT인력 유인책없어
전문성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져

공직사회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정보화 사업 기획·예산확보 1년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에 또 1년

추가예산 확보 때도 어려움 봉착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지속된 ‘디지털 행정 공백’은 관료주의에 매몰된 공직 사회가 초래한 ‘예견된 재난’이란 진단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알아서 챙겨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본격화했지만 전문 인력 확보, 의사결정 구조, 투자(예산) 등 핵심 영역에서의 혁신이 사실상 없어 그 실현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정보기술(IT) 영역에서는 관료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전산망 마비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무원 월급 받고 누가 오나 =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 본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소속 기관의 현원 중 전산직 비중은 11월 기준 11.5%다. 2021년 말 11.3%에 비해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디지털 행정 수요가 늘어나며 전산직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지만 전문성 확보는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직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수가 정해져 있어 우수한 인력을 유인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IT 인력은 산업 특성상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데 공직에 몸담기 위해서는 지방 근무를 피할 수 없다. 공직 사회의 수직적 의사소통도 IT 인력이 꺼리는 부분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공공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푸념했다.

사실 IT 인력은 민간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워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의 급속한 확산으로 관련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의 인력 부족 비율은 2021년 기준 4.0%로 전 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지난 2021년 모 게임업체가 개발자 연봉을 한꺼번에 2000만 원을 올렸다”며 “그 이후로 인건비가 급등해 기업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였는데, 지방 근무에 급여도 낮고 조직 문화도 좋지 않은 공공으로 누가 이직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 공직 사회의 ‘두 박자’ 느린 의사결정 과정도 공공의 전산망 마비 사태를 일으키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정부가 정보화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는 적어도 2년이 소요된다. 1년은 사업 기획부터 예산 확보에, 나머지 1년은 시스템 구축에 쓰인다.

방금 시작한 사업인데도 이미 2년이나 뒤처진 기술이 적용된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 IT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작업도 실시간으로 원활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공공에서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경직돼 있어 빠른 진행이 어렵다.

◇예산도 후순위 = 추가되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뒤따르는 문제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 이 같은 관료주의의 폐해를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공개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기업에 일감을 주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기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애초 공공사업을 꺼린다.

이에 대기업에 공공사업 참여 기회를 열어줘도 대기업이 거부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입찰 참여 제한도 문제지만 정부도 무조건 가격을 낮추려 하니 기업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이번 사태의 최대 ‘빌런(악당)’은 기획재정부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 책정 과정에서 정보화 사업,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 관련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먹통이 된 행정전산망인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이다. 당초 행안부는 지난 2020년부터 차세대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했지만 다른 사업에 밀리고 밀려 올해 초에 이르러서야 예타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해당 예타는 올해 9∼10월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초로 연기돼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민정혜·임대환 기자
민정혜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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