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료주의가 디지털 먹통 불렀다 - (中) 부처 간 ‘칸막이 행정’에 전자정부 후진
내구연한 7년 넘어도 교체안돼
노후·중요도 등 우선 순위 없고
기재부가 예산 편성해줘야 실행
일부 결함에도 행정스톱 가능성
22일 행정안전부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가 융합망 내 시스템 장비 노후도’를 보면 장비의 수명을 의미하는 내구연한(7년)이 훌쩍 넘은 10년 이상 장비가 전체 3만5547대 가운데 4198대(11.8%)나 된다. 이들 장비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가 사용하는 총 1700여 개의 시스템 운영에 쓰인다. 예를 들어 정부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정부24’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74대의 장비가 문제없이 돌아가야 한다. 행정 전산망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이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 오작동으로 먹통이 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비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낡은 장비는 노후도, 중요도, 첨단기술과의 접목도 등 나름의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교체돼야 하지만 실상은 기재부가 예산을 편성해준 국가기관 장비가 우선해 교체된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기재부 설득 논리를 잘 개발한 부처의 장비가 우선 교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시스템을 총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빚어진 문제다. 각 국가기관 입장에선 소관 디지털 시스템 관리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굼뜨고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크다. 잘게 쪼개진 칸막이 관료주의가 2001년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법을 만든 우리나라의 공공 디지털 역량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 등을 요청하면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따라 타당성과 적정한 예산 규모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스템 유지·보수에 필요한 서버나 네트워크 등은 ‘소프트웨어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심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48개 국가기관 개별 통신망과 국가정보통신망(K-Net)을 통합한 ‘국가 융합망’ 구축을 완료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운영을 맡겼지만 개별 시스템 유지·보수 및 시스템 전면 교체는 각 국가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컨트롤 타워 부재에 따른 문제는 비단 디지털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윤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 싸움을 벌이며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주무 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와 관련해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과기정통부가 낫다”고 했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행안부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환국 상명대 정보보안공학과 교수는 “공공 전산망이 통합될수록 행안부든 과기정통부든 각 부처를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정혜·이정민·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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