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근 경찰청장부터 마약검사

검사 비용 4억원 내년 예산 반영
警 시작으로 타조직 확대 신호탄


윤희근 경찰청장이 자신을 포함해 매년 1만4000여 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지시한 것은 해마다 경찰관의 마약 연루 사건이 터져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부 마약 문제를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경찰청장을 비롯해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총경 등 경찰 고위직 전원과 경정 이하 계급 중 10%를 매년 추려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대상은 총경 이상 계급 800여 명과 경정 이하 1만3000여 명으로, 타액을 통한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변을 통한 마약 검사도 가능하지만 검사 대상자들이 범죄 혐의자가 아닌 만큼, 인권 문제 등을 우려해 채취 과정이 비교적 쉬운 타액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이 총경 이상 고위급에 대해선 전원 검사를, 하위급에선 선별 검사 방식을 각각 지시하면서 마약 일제 검사에 따른 조직 내부의 반발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1인당 3만 원의 검사 비용을 산정해 내년 예산안에 4억1400만 원 증액을 국회에 요구한 상태다.

이번 ‘마약 일제 검사’ 조치는 지난 4월 윤 청장이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에도 경찰이 연루된 마약 사건이 발생하면서 떨어진 조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선 의사, 대기업 직원 등 20여 명이 벌인 마약 파티 중 경찰관이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해당 경찰의 소변과 모발·혈액에선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와 신종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에도 현직 경찰이 성매매한 여성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마약 수사의 주체인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현재 민간 항공기 조종사를 비롯한 32개 직업군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무원 조직 내에서 정기 검사를 하는 사례는 없다. 지난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에 대한 마약류 투약 검사를 정기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청은 관련 내부 매뉴얼 정비를 검토 중이다.

다른 공무원 조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제복 공무원으로 꼽히는 군에서도 마약 정기 검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선 지난 9월 1년마다 정기적으로 군 장교 등에게 마약 검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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