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제7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통영에 오신 문덕수(왼쪽) 선생님과 필자가 통영관광호텔에서 담소를 나누던 장면이다.
지난 2006년 제7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통영에 오신 문덕수(왼쪽) 선생님과 필자가 통영관광호텔에서 담소를 나누던 장면이다.


■ 그립습니다 - 시인·전 문예진흥원장 문덕수(1928∼2020)

문덕수 선생이 고향의 대학인 창신대학교에 평소 소장하고 있던 최남선의 ‘심춘순례’, 백석의 ‘사슴’ 등 한국 근·현대문학 형성기의 주요 한국문학 원본 500여 권과 외국 원서(영서·일서) 수천 권이 포함된 도서 2만여 권, 박서보, 김충현 등의 그림과 서화, 도자기 수백 점을 아무 조건 없이 기증했다. 이로써 창신대는 지난 2000년에 대학 최초로 문덕수문학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당시 문 선생은 예기치 않게 갑상선암이 발병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평생 연구하며 수집하고 보관해 온 한국문학의 보물이며 분신과 같은 귀중한 자료들을 후학들을 위해 잘 보전하고 관리해 줄 곳으로 창신대를 선택했다. 내가 제자로서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음을 염두에 두었음은 물론이다. 나는 선생이 1989년 월간 ‘시문학’으로 추천해 주어서 시인이 됐고, 선생의 문하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도 됐다. 선생 없는 오늘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문덕수문학관 개관 이후 선생이 소장하던 자료들을 잘 보존하면서 정기적으로 개관기념 문인 초청 특강, 소장 희귀본 특별기획전 등을 열었다. 하지만 지방대학의 산적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느라 늘 우선순위에 밀려 문덕수문학관의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현실을 일견 이해하면서도 제자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9년 부영그룹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창신대를 인수함으로써 문덕수문학관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부영그룹 창업자인 이중근 회장은 평소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교육재화는 한번 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의지로 육영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표방한 바 있다. 부영그룹에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및 재정 지원을 하면서 창신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휴먼교육 특성화 대학으로서 거듭났다. 창신대는 부울경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 전임교원 실적 부울경 지역 4년 연속 1위 등의 지표에서도 드러나듯 경남지역의 강소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원근 창신대 총장은 문덕수문학관 개관 23주년을 맞아 도서관으로 확장 이전을 전격적으로 추진해 지난 10월 6일 재개관하였다. 한국 모더니즘 시의 새 지평을 연 문학계 거목의 시혼이 깃든 문덕수문학관을 스마트휴먼교육 특성화 대학인 창신의 랜드마크로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실 1은 한국 근·현대문학 자료관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자체가 한국문학의 보물창고라 해도 좋고, 전시실 2는 선생이 생전 집필하던 서재를 재현한 룸과 각종 상패, 위촉장, 문인들과 주고받은 육필 서신 등의 유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림, 서화를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 2만여 권의 도서를 보관하는 자료실, 수장고, 연구실, 교육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로써 문덕수문학관은 선생의 문학적 업적에 걸맞은 규모로 재탄생한 것이다.

문덕수 선생은 회화성 위주의 한국 모더니즘 시의 한계를 내면성의 미학으로 극복한 시인이며 한국 모더니즘 시론을 체계화한 시론가요, 후학을 배출한 교수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문예진흥원장을 지낸 문단 지도자였다. 시인·학자·문단 지도자로 세 분야 모두 각각 일가를 이뤘으니 한국 문학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앞으로 문덕수문학관은 선생의 업적을 본격적으로 조명함과 아울러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인문 전당으로 우뚝 설 것이다.

이상옥(창신대 명예교수·문덕수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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