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찌개’ 장바구니 비교
“두 달 전엔 두부 한모 990원
지금은 제일 싼 것이 1250원”
고추 23.8·된장 7.5%나 올라
저소득층일수록 엥겔지수 높아
외국산·대용량·밀키트 등 구매
소득수준 맞춰 허리띠 졸라매기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최모(41) 씨는 남편의 월수입 150만 원으로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생활하는 소득 1분위 기초수급자다. 지난 20일 최 씨는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거주지 인근의 편의점, 유명 브랜드 마트를 지나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할인 마트를 찾았다. 추운 날씨에 무거운 짐을 들고 오가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곳이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마트라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최 씨는 가장 먼저 신선 식품 코너로 가 3종류의 두부 중 가장 저렴한 1250원짜리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990원이었는데 가격이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야채 코너에서는 애호박 중 가장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1650원짜리와 팽이버섯을 골랐다. 3000원짜리 청양고추도 집어 들었지만 가격을 보고 다시 내려놓았다. 양파와 감자도 장바구니에 넣으려다가 감자는 포기했다. 최 씨는 핵심 재료인 된장을 살 때도 용량이 큰 8000원짜리 제품 대신 소량인 1600원대 비닐 포장 상품을 골랐다. 이날 최 씨가 장을 본 비용은 총 1만60원이었다. 최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브랜드 제품은 아예 안 본 지 오래고 외국산이라도 따지지 않고 산다”며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지만, 된장찌개 안에 소고기를 넣는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밥상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특히 최 씨와 같은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된장찌개조차 차려 먹기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올해 10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최 씨가 된장찌개 재료로 산 된장, 두부, 버섯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5%, 6.4%, 4.3% 상승했다. 최 씨가 사지 못한 고추는 23.8%나 올랐다.
고물가는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용)’가 높은 저소득층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2023년 2분기 기준) 에 따르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 음식 지출에 24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1분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인 94만7000원의 25.3%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중산층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나름의 방식대로 ‘장바구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중산층 김모(53) 씨는 평소 인근 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최근에는 더 할인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는 쿠팡 ‘와우 배달’을 월 5000원에 구독해 사용 중이다. 김 씨는 20일 4인 가구의 된장찌개 식사를 위해 총 3만6710원을 사용했다. 된장찌개 주재료로 차돌박이를 선택하고 감자, 대파, 된장, 콩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사면서다. 김 씨는 “웬만하면 요리할 때 재료는 아끼지 않는 편이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국산과 브랜드를 꼼꼼히 따지는 편”이라면서도 “최근엔 물가가 너무 올라 대량 구매나 대용량 구매로 전체 지출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밥상을 차리기 어려운 1인 가구도 고심이 깊다. 영등포구에 사는 1인 가구 이모(35) 씨는 같은 날 된장찌개를 메뉴로 한 저녁 밥상을 차리기 위해 총 1만530원을 지출했다. 1인 가구인 만큼 대용량을 사지 못해 소분된 깐마늘을 사려 했지만, 2980원이라는 가격에 포기했다. 주재료인 된장과 밑반찬은 ‘엄마 찬스’를 활용해 본가에서 얻어온 것을 사용했다. 김 씨는 “1인 가구 특성상 밥을 자주 해 먹지 못하는 만큼 남은 식료품이 상하는 경우가 많고, 소량 구매는 비싼 경우가 많아 오히려 외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밀키트는 질이 좋지 않고, 외식비마저도 많이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주문할 수 있는 애호박 된장찌개 밀키트는 1만 원 안팎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는 5% 이상 치솟으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외식비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6.4% 올랐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조율·전수한·강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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