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 가면 맛있는 요리를 즐기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요리의 참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요리에 관련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 정보의 기본은 요리 이름의 유래를 따지는 것인데, 유산슬(溜三絲·류산쓰)은 그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한자음으로 읽으면 ‘유삼사’가 돼야 하는데 한자의 뜻이 가리키는 ‘낙숫물 셋과 실’은 궁금증만 더할 뿐이다. 그러나 이 이름은 조리법과 재료는 물론 재료를 다루는 법까지 알려준다.

‘유(溜)’는 원료를 익힌 후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졸여 진한 맛을 내는 조리법을 가리킨다. ‘산(三)’은 세 가지 재료를 쓴다는 의미인데 실제로는 채소, 해산물, 고기 중에서 재료의 수급 상황에 맞춰 세 가지 이상을 쓴다. ‘슬(絲)’은 재료를 실처럼 가늘게 썰었다는 뜻인데 규범을 따르자면 ‘쓰’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말끝에 우리 식으로 설명하자면 ‘ㄹ’을 붙이는 중국어에서의 습관 때문에 ‘슬’이 된 것이다.

중화요리 집의 메뉴에서 ‘유린기’나 ‘유니짜장’ 등이 발견되나 앞의 것은 기름(油)을, 뒤의 것은 고기를 진흙처럼 잘게 다졌다는 의미의 ‘러우니(肉泥)’의 발음이 변한 것이니 유산슬과는 관련이 없다. 삼선(三鮮)짜장에도 ‘三’이 쓰이는데 이때는 ‘산’으로 읽지 않는다. 중국에서 온 요리사가 직접 조리하는 곳의 메뉴에서 ‘絲’가 발견된다면 ‘쓰’로 읽으면 된다.

최근에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요리사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을 진짜, 혹은 정통으로 부른다면 뭔가 어폐가 있다. 본토의 요리와 반드시 같아야만 정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오랜 기간 뿌리를 내려온 요리도 정통이라 부를 수 있다. 중국 요리를 부르는 이름도 이와 유사해서 규범에 맞게 ‘류산쓰’로 해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표기가 어떻든 조리법, 재료, 써는 법까지 알고 더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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