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고(故) 이예원양과 동생.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고(故) 이예원양과 동생.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 수여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집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후 뇌사 상태에 빠진 10대 소녀가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5월 뇌사 상태였던 이예원(15) 양이 분당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이 양은 지난해 4월 집에서 저녁 식사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평소의 이 양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남을 배려하고 돕기를 좋아한 이 양이라면 장기를 기증할 것이라고 가족들은 생각했다. 또 세상에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 평택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 양은 밝고 쾌활했다.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예의 바른 아이기도 했다. 초등학교부터 반장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에서 부회장을 하며 지도력을 키웠다. 중학교 2학년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똑똑했다.

이 양은 어릴 때부터 늘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별자리를 보고 설명하는 것을 즐기며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대학교수를 꿈꾸기도 했다. 이 양의 학교에서는 중학교 3학년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 양에게 지난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도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처음 품에 안았던 따뜻했던 그 순간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에게 기쁨이었고 행복이었고, 너무 착하고 이쁘게 자라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나눠주고 떠났듯 엄마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양의 아버지는 “하늘나라 편지(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매일같이 편지로 일상을 전하며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면서 “예원이에게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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