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판결 유도, 재판독립 파괴”
강제징용 손배소 등 개입 혐의
양승태 前대법원장도 7년 구형
검찰이 27일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임 전 차장이 기소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부장 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과 공범들이 내세운 정책적 목표는 사법부 조직을 위한 사적 이익추구로 변질됐고, 재판은 이용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어 “권력 분립 한 축인 사법부는 법적 논쟁에 대한 최종 판단권자로 그 무엇보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이해관계가 고려된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에게 재판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고 특정 판결을 요구 내지는 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으로 근무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탄압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구속기소됐다.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재판 관련 민원을 받고 법관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 등도 있다.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은 기소 시점으로부터 1839일 동안 진행되며 ‘초장기 재판’으로 분류됐다. 임 전 차장은 재판 초기인 2019년 당시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의혹 연루자를 엄단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혀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두 차례 기피 신청을 냈다.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변경된 후에는 앞선 재판부에서 신문한 33명의 증언을 다시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해 재판이 길어지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역시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이 각각 구형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22일 예정돼 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