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들 무대점거 반전 시위도
내년 ‘그녀를 만나다’ 번역출간
글·사진 =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정 작가는 ‘저주토끼’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 대해 “주술이나 민간신앙은 어느 언어·문화권에나 존재하고, 주술과 마법이 등장하는 민담이나 옛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하다. 또 현대사회의 복잡성, 자본주의 병폐, 소외와 차별 문제도 거의 모든 사회,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안”이라며 “이런 익숙한 틀 안에 낯설고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는 구조가 부담 없고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톤 허는 “시상식에서 우리는 하셰트 출판사 테이블에 앉았는데 주변에 미국 5대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하퍼콜린스, 사이먼 앤드 슈스터, 맥밀런이 있었다. 따져보니 그 다섯 곳과 모두 일해봤더라”라며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미도서상 시상식에선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와 번역가 20명이 무대에 올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해 이슈가 됐다.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몇 기업이 시상식 후원을 철회하기도 했다.
정 작가와 허 번역가도 무대에 올라 반전(反戰)을 외쳤다. 정 작가는 이미 서울 광화문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반전 시위에 참여한 이력이 있었다. “체포를 각오하고” 참여했다는 안톤 허는 “옆자리 편집자에게 내가 체포되면 영사관에 연락해달라고 했다. 친(親) 이스라엘인 미국에선 그만큼 큰 의미를 지닌 일이었다. 하지만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에 또 한 권의 합작품을 낸다. ‘그녀를 만나다’의 영문판 ‘Your Utopia’가 내년 2월 미국, 영국과 호주에서 동시 출간되는 것. 하지만 허 번역가는 ‘저주토끼’의 성과가 재현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Cursed Bunny’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댓글로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하고 행사마다 정 작가와 함께 참가해 책을 알렸어요. 그렇게 기적을 만들었어요. 다음 책도 이렇게 되리라 기대하지 않느냐고요? 전혀 못 하죠. 이런 기적을 어떻게 또 기대할 수 있겠어요.”
한편 “최종후보작들이 너무 굉장해 함께 무대에 올라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축하받을 일이었다. 시상식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이들은 한국에서의 ‘수상 불발’이라는 표현에 유감을 표했다. “문학은 올림픽도, 수능도 아니지 않냐”는 정 작가는 “‘불발’이라는 표현은 세상 모든 것을 경쟁 관점에서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반영한다. 문학은 점수를 매기는 분야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도록 길들여 있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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