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악용 사례 살펴보니…
법관기피에 국민참여재판 신청


재판부 기피 신청을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의 원조는 ‘간첩단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간첩단 사건에서는 재판부 기피 신청뿐 아니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끌기도 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피고인들은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를 상대로 첫 기피 신청을 했다. 항고와 재항고 끝에 같은 해 3월 대법원에서 기피 신청은 최종 기각됐는데 그사이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었다. 이들은 그해 9월 또다시 새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해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했다.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재항고가 또다시 기각됐지만, 그사이 구속됐던 피고인 3명은 구속 기간 만료 또는 보석으로 석방됐다. 2021년 9월 기소된 이후 1심만 2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된 이른바 ‘창원간첩단’(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조직원 4명이 지난 3월 구속 기소됐는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 지난달 24일 기각됐고, 지난 8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재판부 기피 신청에 앞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시간을 끌었다.

검찰 관계자는 “간첩단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기각되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게 공식처럼 됐다”며 “이를 통해 구속자들이 계속 석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1심 재판 동안 피고인 구속은 최장 6개월까지 할 수 있는데, 국민참여재판과 재판부 기피 신청을 통해 6개월의 시간을 소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6개월 동안 재판을 받지 않고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제주지법 ‘제주간첩단’(ㅎㄱㅎ) 사건도 국민참여재판이 신청됐는데 이후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피고인 측의 항고, 재항고 절차 등을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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