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만 높은 법… 실효성 논란
내년 ‘50인 미만’ 확대 앞두고
소규모 사업장 유예연장 목소리
“안전기준 높아 지키기 어려워
사업규모 맞춘 가이드라인을”
2024년 1월 27일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관련 준수 사항이 방대하고 실효성이 없어 산업·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에서 요구하는 높은 안전의무 기준을 지킬 수 없어 법 준수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업장이 많아 재해예방 효과가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법의 입법 취지인 중대재해 감축 효과는 작고, 범법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법 적용 유예 등을 추진 중이다.
2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인 제주 서귀포시 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8일에는 경기 화성시 GTX-A 공사 현장에서 작업대가 무너지며 40대 작업자가 숨졌고, 7일 광주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노동자가 지게차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자동차 생산공정이 사흘간 멈춰 섰다.
고용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건설업 등 전 업종 사업장에서 61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644명이 숨졌다. 올해도 9월 말 현재 459명(449건)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특히 올해 1∼9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97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전년 동기 사망자 82명보다 18.3%(15명) 증가했다. 건설현장 사망자가 전체 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부터 우선 시행됐고, 2024년에는 법 적용이 유예됐던 5인 이상 50인(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 실효성을 꼽는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의무 기준이 너무 높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를 준수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모든 주체가 법을 지킬 수 있도록 규모와 업종에 맞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는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형사 처벌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내년 1월 27일부터 확대 시행되는 50인(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오는 2026년 1월 26일까지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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