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패륜적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에서 그들과 엮이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은 끼리끼리 지내서 그런지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무감각하고, 그들에게서 염치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욕설에 관한 학술 연구에서는 욕설 동기를 공감, 중독, 고통 감내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한다. 욕을 하게 되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실험 결과도 있는데, 일부 정치인도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막말을 할까? 그렇지는 않다. 비슷한 사회실험에서는 욕을 자주 하게 되면 오히려 고통 견디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결국, 막말을 달고 사는 정치인이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막말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양극화된 진영 정치판에서 막말의 대상은 주로 상대 진영이다. 막말 정치인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고 상대 진영을 과도하게 욕할 뿐만 아니라, 그런 막말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선동하며 이용한다. 정책 수립, 입법 활동, 재정관리는 별로 안중에 없고, 자기 진영에 안주하면서 오직 상대 진영에 돌팔매를 던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공천 가능성을 키우려 할 뿐이다. 막말은 노이즈 마케팅처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하고 자신의 충성도를 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자기를 좋아할 사람이 많고 자기를 싫어할 사람은 적은 걸 선호하지만, 일부 정치인은 자기를 싫어할 사람이 2명 늘더라도 자신을 좋아할 사람이 1명 증가한다면 그것을 선택한다. 현행 정당·공천·선거 관련 제도가 정치적 혐오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며, 관련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정치인이 이득을 보고 있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진영화한 정치판에서는 설사 자기 당의 막말 정치인을 싫어하더라도 상대 진영의 정치인보다는 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막말 정치인의 징계를 정당 스스로 추진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논란이 된 정치인에 대한 당의 징계는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뒤에서는 오히려 이해하고 지원하기도 한다.
막말은 덧셈 아닌 뺄셈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 불신의 주요인 중 하나다. 단기적으론 정치적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더 많은 힘을 규합하는 쪽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전쟁과 선거에서는 패착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여러 선거 결과가 패배 정당의 막말 행태로 자주 설명되기도 한다.
각종 조사에서 일반 유권자는 막말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정치인이 다른 직업군보다 막말을 더 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노출될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교 정치는 물론 현대 시민 민주정치에서도 예(禮)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다. 이는 시빌리티(civility)가 ‘시민성’ 또는 ‘문명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사전적 의미는 ‘예’이고, 언시빌(uncivil)이나 인시빌(incivil) 모두 ‘무례한’의 뜻인 데서 알 수 있다.
정치는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의 학습 효과 때문에 주기적 속성을 지닌다. 위선을 타파하는 사이다가 더 큰 지지를 얻는 때도 있고, 반대로 몰염치를 응징하는 예가 더 큰 지지를 받는 때도 있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게 더 셀지 넉 달 반 후 확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