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처방 대체로 타당 민심 이반 책임 큰 지도부가 반발 당 대표부터 ‘윤심 팔이’ 노골화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도 싸늘 구태의연해선 내년 총선도 필패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개연성
정치권의 해괴한 장면들이 갈수록 더 가관(可觀)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지난 24일 연 ‘윤미향과 나비의 꿈’ 출판기념회도 그중 하나다. “언론이 왜곡한 윤미향 진심을 전하고 위안부 할머니 인권운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책을 썼다”는 그는 이렇게 밝혔다. “2020년 8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개인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계 자료를 들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다. 이 대표가 ‘당신네는 왜 그런 자료를 다 남겨놨어. 우린 운동하면서 다 태웠는데’라고 했다. 들었던 생각이 ‘야, 든든하다’였다. ‘민주당 의원이 되니, 나를 막아주는 벽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대협과 그 후신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 사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그는 지난 9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의 형사피고인이다.
그는 내년 4월 10일 총선에 대해 “어느 곳에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의원처럼 인류 평화를 위해 활동했던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역사에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 재직 당시 그는 문재인 정권 불법 혐의도 원칙대로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에 앞장선 장본인이다. “윤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인 그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지 않은 것은 결례”라는 반어법 우스갯소리도 한때 떠돌았다. 그도 총선 재출마가 거론된다. 자녀 입시 부정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윤 의원과 동류의식을 보였다. 축하 영상을 통해 “윤 의원이 검찰과 언론에 어떤 마녀사냥을 당했는지 생생히 기록돼 있다. 울컥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다”고 했다. 출마설과 신당 창당설이 나도는 그는 지난 10월 22일 페이스북에 ‘범민주 진보 세력,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개헌과 윤 대통령 탄핵소추 등이 가능한 ‘절대 의석’을 노린다.
그것이 헛된 망상일지언정 가볍게 지나치기만 하기는 어렵다. 정신 못 차린 여당 탓이다. ‘혁신 저항’이 대표적이다.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 처방은 대체로 타당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의 심각성에 따라 혁신위를 꾸린 취지에 부응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혁신안에는 지도부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반발·거부한다. ‘민심 이반에 책임이 큰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무시하려고, 견강부회의 궤변과 교언영색(巧言令色)도 서슴지 않는다.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공언도 빈말로 드러났다. 그는 4선을 이룬 울산 남구에서 지난 25일 의정보고회를 잇달아 열고, “울산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사명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득권 지역구 재출마와 전국 선거운동을 총괄할 대표직 고수로 비쳤다. ‘윤심(尹心) 팔이’도 했다. “대통령을 자주 만난다. 만나면 3시간씩도 얘기한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프리토킹을 한다. 어떤 때는 하루 3번, 4번씩 전화도 한다. 밤 9시, 10시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당 대표에도 윤심을 내세워 당선된 그가 인 위원장을 향해선 지난 16일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내로남불’이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3선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도 지난 11일 자신의 외곽 조직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당선 확실 지역구 계속 출마’ 선언이다.
야당이 그러더라도 집권당까지 구태의연해선 안 된다. 민심과 엇나가는 ‘혁신 저항’을 못 넘으면, 내년 총선도 필패다. 식물정권 명맥을 잇다가 차기 대선도 질 개연성이 커진다. 국회뿐 아니라 내각에도 파렴치한 위선자들이 다시 설치고, 혹세무민의 국정 사기극이 또 난무할 수 있다. 국가적 재앙이 닥친다. 윤 대통령부터 ‘혁신 저항’을 방관·묵인(默認)할 때가 아니다. ‘보수의 심장’ 대구 민심마저 싸늘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