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美피바디에섹스박물관 소장 ‘평안감사향연도’ 보존·복원처리
국내 사립미술관 보존처리 기술로 해외소재 문화재 복원 첫 사례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 중인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삼성문화재단 제공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이 소장 중인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삼성문화재단 제공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 (Peabody Essex Museum)이 소장한‘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는 19세기 조선 평안도에서 열린 도과(道科·지방에서 치른 과거시험) 급제자들을 위해 평안감사가 베푼 잔치를 그린 기록화다. 평안감사가 급제자를 만나는 장면, 부벽루에서 잔치를 벌이는 장면,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관원과 급제자 뿐 아니라 악대와 관기(官妓)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됐고, 여러 풍속 장면도 포함돼 있는 등 구체적인 고증과 정교한 필력을 보여준다. 채색기법이 뛰어나고 색을 입히는 안료 수준도 높아 당시 전문화가가 그린 명품이란 평가다.

다만 온전치 못한 작품상태는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충해(蟲害·벌레 먹음) 등으로 상하좌우 모두 상당 부분 훼손돼 있는데, 특히 부벽루 연회장면은 그림의 3분의 1 가량이 없어진 상태다. 노화로 화견(畵絹·그림을 그리는 비단)엔 갈라짐이 보인다. 그림이 그려질 당시엔 8폭 병풍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낱장으로 분리돼 있는 상태다. 2025년 한국실을 개관할 예정인 박물관이 내세우게 될 주요 작품이지만 온전한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평안감사향연도가 예전 모습을 되찾게 된다. 리움미술관이 직접 문화유산 복원에 나섰다. 1년 4개월에 걸친 보존·복원처리를 통해 해외에서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계획이다.

리움미술관 보존처리 인력이 작품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모습. 삼성문화재단 제공
리움미술관 보존처리 인력이 작품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모습. 삼성문화재단 제공
29일 리움·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달부터 리움에서 평안감사향연도 보존처리를 시작했다.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의 업무협약에 따른 국외소재 문화유산 보존·복원처리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국내 사립미술관 기술력으로 해외소재 문화재를 보존처리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한국문화유산 소장기관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평안감사향연도의 보존·복원처리를 결정했다.

리움은 우선 작품 뒤에 덧대져 있는 산화된 배접지를 제거하고, 여러 손상요인으로 없어진 부분은 그림과 동일한 재질의 화견을 제작해 메우기로 했다. 또 동시대 유사 작품을 조사해 작품을 19세기 조선 병풍 형태로 원형 복원한다. 2025년 3월로 잡은 보존처리를 완료하게 되면 소장기관으로 돌려보내기 전 전시·학술 심포지엄 등을 열어 해외 한국 문화재를 향유하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린다 로스코 하티건 피바디에섹스박물관장은 "2025년 한국실 개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문화재를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전문가 손에서 재탄생한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는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전시되지 못하는 해외 한국 문화재를 미술관이 축적한 기술로 되살려 우수성을 알리는 일을 지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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