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공관은 국제법상 외교적 특권을 가지며 치외법권 지역으로 설정돼 사실상 본국 영토로 간주된다. 해외에 대사관이 많이 설치될수록 우리나라가 커지고 넓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회원국 193개국 중 북한과 시리아, 쿠바를 제외한 189개국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다. 유엔회원국이 아닌 교황청, 니우에, 쿡 제도까지 합치면 수교국은 192개다. 이 가운데 116개국에 대사관이 설치됐고, 대표부도 5개다.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와 수교를 했고, 60% 이상 국가에 상주 대사관을 유지하는 셈이다.
내년엔 재외공관이 12개 신설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보츠와나와 수리남에는 대사관의 전 단계 격인 분관, 나머지는 정식 대사관이 설치된다. 자메이카와 조지아는 기존에 설치됐던 분관을 대사관으로 승격하는 것이고, 잠비아, 시에라리온, 자메이카, 수리남의 경우 공관을 재개설하는 것이다. 정부가 공관을 두 자릿수로 늘린 것은 남북한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70년대 중반, 그리고 외환위기 회복 후인 2007년에 이어 3번째다. 3번째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하게 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지평을 더 확장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수교한 나라는 150개국이 넘지만, 재외공관 설치국은 30% 수준이다. 그나마 김정은 시대 들어 축소 기류다. 지난 10월 우간다·앙골라·스페인 대사관과 홍콩 총영사관을 닫았고, 방글라데시 대사관도 지난 21일 폐쇄했다. 네팔과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곧 철수한다. 핵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 지속으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공관 폐쇄에 나선 것이다. 실속 없는 공관은 줄이겠다는 김정은식(式) 외교 구조조정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외교관 면책특권을 악용해 탈법·불법 거래를 해왔고, 재외공관은 주류·담배 등을 팔아 운영 경비를 자체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재국 정부가 북한 외교관들의 일탈을 문제 삼는 사례가 늘자 공관 폐쇄 결정을 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올해 북한이 최대 12개 공관을 폐쇄할 것이라고 관측했는데 벌써 7개국에서 철수했다. 이제 북한의 재외공관은 40개 미만이다. 남북한 체제 경쟁이 끝났다는 것은 양측의 대사관 숫자에서도 재확인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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