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지진분석관이 이날 오전 4시 55분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지진분석관이 이날 오전 4시 55분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재난문자 발송 기준 논란

내륙 규모 4.0 이상 지진시
전국 긴급 재난문자 경보음

일부시민 “경보체계 조정을”
전문가 “알림외 정보 담아야”
위험요소 안내 필요성도 제기


30일 기상청은 규모 4.3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가 13분 뒤 규모 4.0으로 조정했다.
30일 기상청은 규모 4.3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가 13분 뒤 규모 4.0으로 조정했다.
경북 경주 지역에서 30일 오전 4시 55분쯤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범위 밖에 있던 수도권 지역 주민들을 포함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면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 안전을 위한 전국 범위 재난문자 발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더 세분화하고, ‘단순 알림’식 문자가 아닌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보음을 동반한 긴급재난문자는 규모 3.5의 지진부터 발송되는데, 규모 3.0∼3.4 지진(내륙 지진 기준)의 경우 진앙 지역을 중심으로 50㎞ 이내 지역 시·도·광역시에 안내문자만 발송된다. 규모 3.5∼4.0 미만은 반경 80㎞ 지역, 규모 4.0∼5.0 미만은 20∼40초 이내 전국, 규모 5.0부터는 5∼10초 이내에 지진 조기경보를 긴급재난문자 형태로 발송한다.

지진의 경우 먼 거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모 4.0 이상일 경우 전국으로 경보 범위를 넓힌 것이다. 하지만 해당 문자가 발송될 때마다 타 지역 시민들을 중심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잦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7) 씨는 “경보음 때문에 깜짝 놀랐고 새벽잠을 설쳤다”며 “경고했으니 ‘땡’이라는 면피형 재난관리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경보 체계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제후(25) 씨 또한 “출근 알람인 줄 알고 벌떡 일어났는데 재난문자, 그것도 300㎞ 넘게 떨어진 경주 재난인 것을 보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과 달리 전문가들은 지진과 관련한 재난문자는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지낸 한건연 경북대 방재연구소장은 “지진은 다른 재난과 달리 원거리 지역 주민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이번의 경우 피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추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재난문자 경보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한 해에 몇 차례 발생하지 않는데, 향후 문자 발송을 하지 않아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긴급재난문자에 ‘알림’ 기능 외에 ‘대비’ 기능까지 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진은 주로 낙하물과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 등의 요소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지진 알림 외에도 낙하물 피해 등 재난 가능성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안내가 ‘문자 링크’ 등으로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한 해 몇 차례 일어나지 않지만, 시민들이 문자로 인해 오히려 불안을 느낄 수 있다면 지진 규모에 따른 문자 범위 기준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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