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화면 속 모습은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돌남 씨가 지진 발생 당시 지진을 감지한 순간 모습이 CCTV 화면에 찍힌 모습. 연합뉴스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화면 속 모습은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돌남 씨가 지진 발생 당시 지진을 감지한 순간 모습이 CCTV 화면에 찍힌 모습. 연합뉴스


■ 규모 4.0 지진에 신고 쇄도

영남·충청권 등 곳곳서 진동감지
진앙지 10㎞ 월성원전 정상가동


경주=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자는데 갑자기 창문과 집이 강하게 흔들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순간 7년 전 발생한 큰 지진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났던 경북 경주에서 30일 새벽 또다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다행히 인명·시설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소방당국에 경주를 비롯해 영남·충청권 등 곳곳에서 지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진은 이날 오전 4시 55분쯤 경주 동남동쪽 19㎞ 지점 문무대왕면 입천리 일대에서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난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와 21.8㎞ 떨어진 곳이다.

지진이 발생하자 경주 시민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모(56·경주시 황성동) 씨는 “잠결에 갑자기 ‘우우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집이 강하게 흔들렸다. 지진임을 알아채고 아내를 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44·문무대왕면) 씨는 “창문과 집이 약 5초 동안 심하게 흔들려 지진을 직감했다”며 “놀라서 벌벌 떨며 휴대전화로 지진 소식을 검색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침대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흔들렸다. 꿈을 꾸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7년 전 발생한 지진 공포를 떠올렸다. 이모(59·경주시 충효동) 씨는 “당시 큰 지진 이후 이어진 여진으로 며칠 동안 밖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트라우마로 병원을 다니는 등 고생했다”며 “또다시 지진 고통에 시달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각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이날 오전 9시 기준 경북 59건, 울산 41건, 대구 15건, 부산 7건, 충남·전북에 각 1건이 접수됐다. 다행히 민간 시설과 인명 피해도 이 시간 기준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이 발생한 곳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와 10.1㎞ 떨어져 있지만 원전 가동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1∼3호기 지진 계측값이 내진설계 값(0.2)에 못미치는 최대 0.0421(월성 1호기 기준)로 계측돼 지진이 원전에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동 중인 전국 원전 모두 정상 운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도 특별한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회의를 개최하고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혹시 모를 피해가 있는지 피해 상황을 세밀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유인창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지진은 지난 2016년 지진처럼 양산단층 주변에서 발달한 단층이 움직여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지진 빈도가 증가하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어 앞으로 지진이 잦은 곳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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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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